물비늘 처럼 반짝이는
대추나무 짙은 녹색잎 손짓 사이로
8월의 마지막 햇살이 독한 눈빛을 보내는데
커다랗게 매달려 있는 대추가
연두색으로 대견하게 달려 있다.
고추잠자리 한무리가
대추나무에 연신 가을을 퍼 나르고
열매들은 붉어지기위해 열심히
하늘을 올려다 보고 구름을 따라
끝없이 달려 간다.
언제 끝날지 모르던 그 무덥고 긴 여름이
이렇게 지나가고 있다.
아우성치던 고통의 소리들도 이젠 잠들고
우리는 또다른 절기를 맞이하면서
민망한 스스로의 참을성을 탓하고 있는지도 모른다.
금새 지나 갈 일인것을......
죽을 듯 힘든 세월들도
"조금만 지나고 보면 별것 아닌것처럼 느껴질꺼야."
"그래..조금만 견디면 모든게 잘 될꺼야"
무덥고 긴 여름을 힘겹게 침묵하며
버텨 가고 있다.
친구들의 밝은 웃음과 환호와
열정적인 몸짓들 속에서 이방인처럼
주춤거리는 발길을 주체하지 못하고
주저앉고 말았다.
무덥고 긴 여름밤의 어둠 속에서도
이곳 친구들이 있어서 견뎠는지도 모른다.
깊은 밤이면 배회하는 부랑자처럼
갈곳 몰라 서성이다가도 이곳 카페에 들어와
한동안 머물면서 호흡을 가다듬고 마음을 진정하곤 한다.
언젠가는 내 방황과 속절없는 발걸음이 멈춰지겠지.
이 무덥던 지독한 여름도 그 위세를 점차 잃어 가듯이
인생의 곤혹스러운 일들도 점차 잊혀져 가겠지.
"그게 인생의 순리가 아닐까..?"
그런 믿음이 있기에 나는 오늘을 버틴다.